엘파워텍, 1억5천만불 수주 기염
산일전기, 지난해 매출 1천억 돌파
성진종합전기, 2천만불 공급 계약

엘파워텍 화성공장에 미국에 수출되는 변압기들이 출하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송세준 기자
엘파워텍 화성공장에 미국에 수출되는 변압기들이 출하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송세준 기자



“앞으로 변압기 업계는 북미 지역에 수출하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으로 나뉠 것이다. 적어도 2028년까지 북미 시장은 변압기 교체수요가 풍부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미 개척에 미래 생존과 성장이 달려있다.” (한상욱 동미전기 대표)

중소 변압기 업계에 2022년은 기념비적인 한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그동안 사실상 불모지나 마찬가지였던 북미 시장에 여러 기업들이 연착륙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가장 규모가 크고 선진화된 시장이 중소기업에겐 ‘그림의 떡’에 불과했던 것은 글로벌 기업과 로컬 기업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로나19는 이같은 거대한 판을 뒤집었다. 공급망 붕괴와 이에 따른 기존 업체들의 납기 지연, 북미시장의 변압기 교체 수요 등 3박자가 맞물리며 국내 변압기 업체는 거대기업들이 장악한 시장을 공략할 틈바구니를 발견했다. 물론 산일전기를 비롯해 엘파워텍, 성진종합전기 등 해외 수출 경쟁력을 오랫동안 강화하고 준비해온 기업에 국한된 기회다. 올해도 이같은 수출 랠리 흐름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산일전기(대표 박동석)는 업계에서 단연 변압기 수출을 선도하는 곳으로 꼽힌다.

대기업을 빼면 변압기 업계 처음으로 2009년 수출 1000만달러를 돌파했고 9년전에 이미 3000만불 수출탑을 받으며 가장 빠르게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특히 산일전기는 지난해 수출 호조에 힘입어 매출 1000억원 돌파가 확실시 되고 있다. 사상 최대인 12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북미 수출의 선두주자로 평가받는 엘파워텍(대표 최성규)도 올해 행보가 주목되는 곳이다.

엘파워텍은 2021년부터 북미 지역에서 놀라운 성과를 연이어 기록하며 글로벌 강소 중전기업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2021년 미국 LA수전력청(LADWP)과 패드변압기 납품계약을 맺으며 대전력망 구축 사업에 참여한 데 이어 2022년에는 미국의 주요 전력청 6곳과 총 1억달러가 넘는 수출 계약을 맺는 기염을 토했다. 수주기준으로 1억5000만 달러에 달한다. 100년이 넘는 연혁을 자랑하는 굴지의 전력회사들이 선정한 협력업체 등록도 마쳤다. ABB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한 셈이다.

최성규 대표는 “2022년은 엘파워텍의 현재와 미래를 설정하는 데 의미 깊은 해가 됐다. 팬데믹 이후 일본과 동남아, 미국 시장으로 수출 지평을 넓히고 실제 성과를 냈다”며 “수출 대응력을 위해 현재 진행 중인 공장 증설이 마무리되면 현재보다 생산 캐퍼가 1.5배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또 “2023년은 매출 1200억원을 목표로 잡고 있다. 수출 비중은 70% 정도 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엘파워텍은 앞으로 미국에 총 2만대에 달하는 주상변압기와 패드변압기를 납품하게 된다.

특히 34.5kV 5000kVA 이하 유입변압기, 23kV 6000KVA 이하 건식 변압기에 대해 UL(미국안전규격) 인증도 획득한 만큼 드넓은 현지 시장에서 보폭을 넓힐 준비를 마쳤다.

최성규 엘파워텍 대표는 "UL인증 획득을 위해 지난 5년 동안 착실하게 준비해왔다"며 "건식과 유입변압기 모두 전압 커버리지가 넓어 웬만한 변압기는 모두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엘파워텍이 오래 전부터 수출에 공을 들여온 것은 수출과 관급, 민수시장에서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려는 중장기 전략의 일환이다.

변압기와 개폐기, 시스템 등 주요 아이템이 향후 급격한 시장 변화에도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매출 비중이나 점유율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선 곤란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최 대표는 “미국시장은 현지 로컬 기업과 일본, 우리가 경쟁하는 구도인데 품질이 뛰어난 국산 변압기에 대한 러브콜이 많아지고 있다”며 “세계적으로 변압기를 제대로 만들 수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10개국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만큼 기회가 무궁무진하다는 의미다.

그는 “미국의 전력기기 수요가 확대되는 상황이 우리 기업들에게 더없이 큰 기회가 될 수 있다”면서 “그동안 연 매출의 10% 이상을 연구개발에 재투입해왔고 전체 직원 중 20%가 전문 엔지니어로 구성돼 있다. 이를 토대로 한 R&D 경쟁력을 바탕으로 해외 수출에 더욱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특히 "지속적인 해외 수주물량 확보와 생산 능력 확대를 위해 8월초 6000평 규모의 신공장을 착공했다"며 "올해 말 신공장이 완공되면 연간 1000억원대 생산 캐퍼를 확보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성진종합전기(대표 김정환)도 지난해 미국 주요 전력청 2곳과 총 2000만 달러 규모의 변압기 수출 계약을 맺으며 북미 진출에 성공했다.

변압기 강판 품귀 현상 등을 감안해 미국 전력청에 아몰퍼스 주상변압기를 제안한 게 주효했다는 평가다. 유럽산에 비해 가격은 저렴하고 중국산에 비해 품질은 우수한 국산 변압기를 적극 어필해 대규모 수주라는 성과를 냈다.

연간 400만달러 수준이던 수출액은 단숨에 2000만달러 규모로 5배 가까이 늘어나게 됐다.

성진종합전기는 앞으로 오하이오주 전력청과 오클라호마주 전력청에 아몰퍼스 주상변압기를 납품하게 된다. 75kVA, 100kVA급으로 수량으로는 약 5000대 규모다.

김철오 성진종합전기 이사는 "오하이오주 전력청(AEP)은 텍사스에 전력을 공급하는 미국 5대 전력청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면서 "AEP와 계약 소식이 전해지면서 미국의 다른 전력청에서도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정환 대표는 "글로벌 무대로 시야를 넓히면 변압기 사업은 결국 미국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업체의 위상이 달라질 수 있다“며 ”기술적으로 미국에 진출하면 세계 어느 곳이든 수출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한 것"이라고 말했다.

 송세준 기자